티스토리 뷰
나를 먹여 살린다는 건,
나는 혼자 살기 전까지 ‘나를 먹여 살리는 일’이
이렇게나 돈이 많이 드는 일인지 몰랐다.
취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.
월세, 관리비, 생필품비, 통신비, 식비, 보험료, 넷플릭스 등등
대략 월 100만 원 정도 나가는 것 같다.
생필품은 이상하게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떨어져 이것저것 사다 보면 돈이 훅 나간다.
왜 이렇게 휴지, 치약, 세탁세제와 같은 생필품을 사는 건 돈이 아까운지.
가끔 부모님 집에 갔을 때 비누나 치약, 칫솔세트 같은 건 가져온다.
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에서 나눠주는 기념품 수건 같은 건 꼭 챙겨 왔다.
수건도 사려니 은근히 비쌌기 때문이다. 나도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다.
이전 같았으면 들고 가기 귀찮아 놔뒀을 텐데 혼자 살다 보니
이런 소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은근 돈이 많이 나간다는 걸 몸소 느꼈다.
별로 산 것도 없는데 월급은 남아있지 않았다.
명품이나 아이패드처럼 뭔가 남는 걸 샀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텐데
그냥 밥만 먹고 생활했을 뿐인데 왜 내 통장은 텅장이 되었는가.
회사를 그만두자 돈이 더 드는 게 아닌가?
이전 회사는 점심을 제공해주어서 점심 식비가 들지 않았다.
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사는 나는 아침, 점심, 저녁 모두 내 돈으로 먹어야 한다.
밥뿐만이 아니다. 물도 사 먹어야 한다. 내가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인간이었나?
2일에 생수 한 통씩 먹다 보니 사놓은 생수가 금방 떨어져
쿠팡과 더 친해지게 되었다. 커피와 차도 마찬가지다.
회사에는 캡슐머신과 차가 종류별로 있어
출근 후 한 잔, 점심 먹고 한 잔, 마셔도 커피값이 크게 들지 않았는데
이제는 모두 내돈내산(내 돈으로 내가 산 것)이다.
거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전기세, 보일러, 물세도 더 나온다.
이럴 수가. 세상에서 돈 쓰는 게 제일 쉬운 것 같다.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면 그게 다 돈이다.
그렇다면 숨만 쉬고 살아야 하나.
바뀐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나는 외식을 줄이고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서 집에서 밥을 먹는다.
밖에서 사 먹으면 한 끼에 만원 이상 드는데 반찬가게에서는 1만 원에 반찬 4팩을 살 수 있어
세끼 정도 먹을 수 있다. 그리고 사과, 고구마, 계란, 식사대용음료,
견과류를 집에 구비해놓고 3끼 중 1끼는 이것들로 간단히 먹는다.
그리고 물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최대한 많이 마신다.
그러고 나면 집에서는 물을 적게 마시게 된다.
하하. 커피와 차도 집에 사두긴 했지만 좁은 원룸에서 마시는 커피는
그 맛이 나지 않기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일주일에 3~4번 카페에 가는데,
이때 최대한 통신사 할인, 쿠폰을 활용한다. 텀블러를 챙겨가 텀블러 할인까지 챙긴다.
짠순이의 길이란 이런 것인가 싶지만 이렇게 해도 월 100만 원이 금방 나간다.
100만 원 벌기는 어려운데 쓰는 건 이렇게 쉬운 것일까.
숨만 쉬어도 100만 원이라니. 지금까지 나를 먹여 살리느라 쓴 돈이 얼마겠는가.
이렇게 힘들게 먹이고 키운 만큼, 나를 아끼고 아껴줘야겠다.
스스로 후려치기 금지!
by 너굴씨 https://brunch.co.kr/@zibebe/
(이 글은 너굴씨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후원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.)
'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밖에서 열 받은 일을 남편에게 쏟아 붇네요. (0) | 2024.03.31 |
---|---|
일상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(1) | 2023.04.18 |
[한겨레21]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(0) | 2022.11.06 |
한겨레신문의 칼럼을 통해 본 [인연] (1) | 2022.09.30 |
한겨레신문의 사설을 통해 올바른 판단력과 표현을 배운다 (0) | 2022.09.27 |